나팔꽃들이 촘촘히 모여 꽃그늘을 만들었다.
나 하나 가려주기에 충분한 꽃자리를 옥상 바닥에 깔아놓았다.
큰 이파리들의 너풀거림이 더위를 식혀준다.
햇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꽃잎과 이파리들은 사람도 피하는 햇살과 맞서서
시멘트 바닥을 다른 빛으로 바꿔놓은 것이다.
그 꽃자리에 털버덕 주저앉아 한유함을 맛보며
매화차를 마시는데 비둘기 한 마리 다가와 말을 건다.
나는 언제쯤 새의 말을 알아듣고 새의 언어로 한마디쯤 대답할 수 있을까. [글/사진/naroo]